콘티
눈앞에는 모래 바람의 물결과 함께 사막이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사막의 산이었다. 그 산은 왠지 쉽게 쓰러지지 않을 것처럼 아지랑이와 함께 흔들리면서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신발이었다. 그녀의 이름의 끝 글자는 ‘한’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과 함께 몽롱해진 그녀는 자신의 정체에 ‘한’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이 살던 곳은 회색의 도시였다. 그냥 도시라고 해서 납득할 수 있는 게 있을 리 없었다. 모래 바람 속에서 잊어버린 기억을 계속 되새기고 있었다. 이곳이 현실인지, 아니면 작은 사후세계라도 되는 건지. 낮인지 저녁인지 애매하게 밝거나 애매하게 어두운 풍경은 옅은 색의 달이 뜨여있기에도 충분했다. 그녀에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 누구도 대답할 수 없었지만, 이곳은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한은 그 세계를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생각에 가득 차있었다. 이곳은 그녀가 고민하던 종류의 일과 다르겠지만 그래도 어딘가 믿지 못하는 구석이 있었다. 그건 단순히 의심이 많아서나 늘 그런 척을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지나치게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편견에 가까웠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한을 보고 은근히 가식적이라고 얘기했지만, 한은 무서웠던 것뿐이었다. 단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그리고 그걸 쉽게 입밖에 못 꺼냈을 뿐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굵은 손가락으로 한을 가리켰다. 사실 넌 가식적이잖아. 그렇게 착하지도 않잖아.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웃었다. 그래, 그런 부분이. 하지만 이곳은 누구도 없었다. 고요했고, 하늘이 높이 갈수록 빛이 났다. 노랗고 반짝이는 빛이. 그녀는 계속 그 하늘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