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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48개월 약정으로 할부금이 30만 원 정도 남아있으세요~.”
사업가들의 ‘이래야 잘 된다.’라던지 원래 다 그런 거라는 뚱한 표정이 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렇다. 그 사람들은 그런 새끼들이었다. 그래서 이번 달에 한 번에 납부해 버렸다. 어차피, 내년이 되면 5.9%의 좆같은 이자로 내 영혼까지 털리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상담원 여자는 그런 나에게 계속 상품을 권유했다. 그러니까, 콜센터에 욕하는 인간도 별 볼일 없는 건 매한가지지만, 굳이 화낼 짓을 하는 인간도…… 난 개인적으로 존중받을 필요가 있는가 진지하게 생각했다. 근데 그냥 적당히 아버지한테 권한이 있어서요~라고 적당히 얼버무리긴 했다. 아버지가 인터넷 전화 뭐 이런 거에 대한 주도권이 있다고. 좋게 넘어가는 건 남들한테만 좋다고 하는 일이다. 난 나 좋자고 하는 일이라고 스스로 넘기긴 했지만 역시나 그런 법이다.
그래서 이다음은 어떻게 살 거냐고? 근데 가장 순수한 시절이 가장 탁월했다는 감상이 맨 먼저 들더라. 그래서 나는 글을 쓰고, 음 글을 쓰고, 글을 쓰는 방식으로 살기로 했다. 솔직히 이젠 내 행복에서 글이라는 존재를 지우지 못하겠다. 그냥 어린 시절의 꿈이고, 내가 형편없는 작가더라도 이젠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젠 다 괜찮다고.
만두는 쪄서 먹는 게 맛있다. 다시마 살까? 근데 요즘 멸치 육수 티백도 존나 비싸다. 그리고 내가 그걸 능수능란하게 이용할 주부 스킬이 없다…. 만두도 써 봤고, 뭐 먹을지 고민하는 게 우선이려나. 나는 항상 소비 전에는 중간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극도로 충동적일 테니까.
나는 다 포기하고 나서 들었던 생각인데 사실은 타인과 원만하게 어울리고 싶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든다. 너무 늦은 후회지만. 난 쓰레기였고,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불쌍하고 외로운 인간이다. 어째서일까. 개인 블로그라서 그런지 갑자기 솔직해지나 보다. 그래도 뭐 내가 이런 인간인 걸 어쩌겠는가. 후회도 하지만…. 지금은 그냥 그 감정만으로도 만족하련다. 그러니까 그걸 더는 남 탓하지 않겠단 얘기다. 내가 잘못된 짓을 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냥…… 혼자 있고 싶다. 당분간은.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고, 누구도 필요하지 않은 인간이 되고 싶다. 사람과 잘 지내는 건 너무 아픈 일이니까. 이젠 그 사람들이 하는 말에 이래라 저래라도 하지 않겠다. 그냥 숨 죽이면서 살겠다. 그럼 어느 정도 괜찮아지는 부분도 있겠지. 그럼 좀 괜찮아질 것 같다.
다른 사람까지 불행하게 만들 것 같은 죄악감이 든다. 그만 생각하자. 기분만 나빠지니까.
된장국 베이스로 다시다를 넣어서 맛을 잡고 싶다. 그 이전에 부대찌개인가. 김칫국에 김치볶음밥이 가당키나 할까? 뭔가 국이 있어야 하는데 그 국이 뭔지 모르겠다. 근처 가게에서 포장이라도 해야 되나.
안 그러면 파를 소분해서 된장의 맛을 살리는 방식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다진 파보다는 어슷 썰기로. 그냥 이래저래 사람 때문에 마음 복잡해질 땐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생각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난다.
나를 존중하는 방법이 뭘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근데 적당히 잘 지내고 싶은 사람이랑 잘 지내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다ㅋㅋㅋ 그 정도의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나는……. 에휴 말을 말자. 나 조금 이기적으로 살아도 될까?
밥그릇도 사고, 수저 세트도 사야 한다. 아주 좋은 게 아니어도 괜찮다. 내 입장에서 ‘재산’이라고 느껴지는 것들을 사자.
결국 12월 1일인 오늘!

나는 거지라서 4만원짜리 쇼핑을 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산 게 찌개용 고기, 식용유 뭐 이런 것들이었지만 뭐 어때. 근데, 거지라도 어느 정도 살아지더라. 빌고 또 빌다보면 잡히는 것도 있고. 불쌍한 척을 하면 얻어지는 것도 있고. 내가 그랬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미움 받는 유형의 인간이라… 대체로 그 이유는 있기야 하겠지만 알고 싶지 않다! 그리고 야채용 칼과 수저를 샀다.
새삼 생각하는 거지만 나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가 없다. 잘하는 부분이 있어도 반감을 가지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애써도 부딪치는 사람이 있다. 나도 이분법적으로 사람을 나누고 싶진 않지만 솔직히 거슬리고 짜증나고 귀찮다는 인상을 버리기가 힘들다. 어떨 때 내 성질대로 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근데 내가 착한 게 그것도 좀 봐준다. 결과적으로 또 숙이고 들어간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깊게 상대해봤자 기분만 더러워진다는 걸 알게 됐다…. 일일이 맞춰주면 나를 다시 잃게 될까 봐. 그리고 말해봤자 견해의 차이란 걸 알기 때문에 나만 속상하고 말기로 했다.
그냥 막말로 그런 것보단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나가는 여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남의 인생에 말 많은 것들은 그냥 무시하고. 누군가가 나에 대해서 불쾌함을 느낄 수 있지만, 그걸로 인해서 하는 행동의 선택은 본인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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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한테서 연락이 왔다. 두 차례나. 무슨 자신감이고 낯짝인지 모르겠다. 사람이 추해지면 자기 잘못조차 인지하게 되지 않는다던데 그게 그 꼴인가 보다. 아버지는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이상할 정도로 아무 생각도 들지 않더라. 예전에는 스트레스도 받고 왜 전화했냐고 화낼 정도였는데 이젠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아버지는 언젠가 내가 자기한테 연락 올 거라는 이상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럴 생각 없는데. 이래서 나이 들어서도 가족한테 물건 던지고 함부로 대하는 둥 추한 짓은 스스로 하지 않아야 된다. 그게 전부 자기 성질머리로 치환하기에는 아버지도 자업자득인 구석이 있다. 아버지가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잘못돼도 너무 잘못됐다. 난 잘못된 사람이랑 말 섞거나 같이 있는 재주는 없다. 누군가를 위해 다소의 희생? 희생하는 사람은 나쁘거나 어리석지 않다는 거 안다. 근데 나는 그렇게라도 그런 사람과 연을 이을 이유를 느끼지 못하겠다. 차라리 애매하게 돌아오느니 끝까지 복수하겠다. 뒤도 돌아보지 않겠다.
그게 서로한테 좋을 것이다. 나만 손해 보고 착취당하는 구조는 이젠 그만하고 싶어서다. 아버지의 못난 감정은 아버지 스스로 감당하길~ 나한테 못되게 굴지 말기.